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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술 한잔 따르며, 넋이라도 달랠수 있는 위령비 세워야"
"맑은술 한잔 따르며, 넋이라도 달랠수 있는 위령비 세워야"
  • 노재하 대표기자
  • 승인 2017.10.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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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지역 민간인희생자 합동위령제, 28일 열린다

“지난 60여 년 동안 ‘빨갱이 자식’이라는 이웃의 온갖 냉대와 질시 속에 들불처럼 살아온 우리 유족들은 해마다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맑은 술 한 잔 따르며, 넋이라도 달랠 수 있게 위령비를 반드시 세워야......”

▲ 한국전쟁 전후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을 기리는 위령제가 28일 거제시공공청사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여여덟 번째다. 사진은 천곡사에서 열린 위령제

올해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 회장을 맡아 유족회를 이끌고 있는 이병학 회장이 거제지역 합동 위령제를 일주일 앞두고 이같이 밝혔다.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오는 28일 오전 11시 거제시 공공청사에서 열린다. 민간인희생자 거제유족회가 한국전쟁 전후로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예회복을 위해 2010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위령제는 올해로 8회째를 맞았다.

위령제는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단체, 관계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문화제를 시작으로 전통제례, 국민의례, 유족대표인사, 경과보고, 추모사, 헌화 순으로 진행된다,

추모문화제는 억울하게 스러져간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 고이 잠들기를 염원하는 진혼무가 펼쳐지며, 유족인 거제문협 최현배 시인이 추모시를 낭독한다.

이병학 회장은 매년 10월에 개최하는 위령제에 대해 “억울하게 희생당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부모 형제를 잃고 통한의 세월을 견디고 이겨낸 유족들의 아픔을 달래는 추모행사다. 또 아직도 다 이루지 못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바라는 유족들의 다짐의 자리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 이병학 유족회장

이어  “지난 60여 년 동안 ‘빨갱이 자식’이라는 이웃의 온갖 냉대와 질시 속에 들불처럼 살아온 우리 유족들은 해마다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맑은 술 한 잔 따르며, 넋이라도 달랠 수 있게 위령비를 반드시 세워야 한다”며 거제시와 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간절히 요청했다.

한편 거제지역에서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이른바 민간인희생사건과 보도연맹사건 등으로 1000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거제 양민들이 재판절차 없이 국가의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7년 거제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 조사에 나서 2008년 12월과 2009년 9월에 각각 ‘거제 민간인 희생사건’과 ‘거제지역 보도연맹 희생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하게 행사해야만 하고 억울하게 고통받은 유족들의 상처는 하루 빨리 치유하고 명예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가의 사과 ▲희생자 위령제 봉행, 위령비 건립 등 위령사업을 할 수 있는 지원방안 마련 ▲유해 발굴 방안 지원 ▲역사기록 수정 및 등재 ▲평화 인권 교육의 강화 등을 국가와 거제시에 권고했다.

거제시는 2013년 12월 6일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위령사업 등을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은 거제유족회가 정리한 이른바 ‘거제민간인 희생사건’과 ‘거제지역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 주요내용이다.

[한국전쟁 전후 거제지역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보고서 주요내용]

1. 한국전쟁전후 거제지역 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하여

한국전쟁을 전후로 거제지역에서는 1,000여 명에 이르는 무고한 거제 양민들이 이른바 ‘거제민간인희생사건’과 ‘거제지역 보도연맹사건’으로 일운면 구조라에서, 동부면 서당골에서, 둔덕면 하둔리 죽전에서, 연초면 송정고개에서 지심도와 가조도 앞바다 등지에서 재판절차 없이 국가의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되는 만행이 저질러졌다.

그 당시 부모님과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아이들이 나서 자라 온갖 핍박과 서러움 속에 분노를 삭이며 원한과 고통의 세월을 견뎌내신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1960년 5월에 이어 2001년 8월 거제유족회를 재결성해 거제지역 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잘못된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희생된 영령들의 억울함과 원통함을 풀어드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고 60년이 지나 2005년 국회에서 여·야 합의하에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 기본법’이 제정되고, 국가기관인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거제민간인 희생사건 진실규명 신청을 받아 2007년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2008년 신청인들 및 신청사건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참고인들을 조사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 검토하여 사실 확인 등의 과정을 마쳤다.

이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는 2008년 12월과 2009년 9월에 각 각 ‘거제민간인희생사건’과 ‘거제지역 보도연맹희생사건’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 ‘거제민간인희생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 조사보고서 주요내용

- 49년 3월부터 5월까지 약 3개월 동안 진행된 ‘거제민간인희생사건’은 토벌군이 마을에 진주하여 주민전체를 대상으로 구타와 고문을 가하는 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였고, 야산대활동 및 야산대협조혐의로 좌익에게 협조하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해 공개사살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 희생자 대부분은 농사와 어업에 종사하였던 민간인들이었는데, 야산대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등 단순협조를 한 혐의로 16연대, 호림부대, 장승포경찰서 등에 의해 구조라리 인근 야산을 비롯해 일운면 지세포리 야산, 하청중학교 앞산, 장승포 신사터, 고현동 독봉산, 동부면 구천리, 서당골 등지에서 구타,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당한 후 집단 살해되었다.

- ‘거제민간인희생사건’과 관련하여 확인된 희생된 숫자는 80명 안팎으로 추산되며, 이들 중 진실화해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진실 규명 희생자는 38명(희생자 추정 2명 포함)이다. 연고자가 없고, 사건의 후유증과 두려움에 벗어나지 못하여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 희생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 민간인학살진상규명범국민위에서는 1949년 4월부터 1950년 4월까지 군경에 의해 400여명이, 특히 동부면 구천리에서만 10여 차례에 걸쳐 민간인 310명이 희생되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으나, 구천리에서 유해발굴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범국민위와 편차를 보이고 있다.

- ‘거제민간인희생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국군과 경찰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다. 야산대토벌작전이라는 명분으로 ‘국가기관인 군과 경찰이 비무장 민간인을 야산대에 협조 또는 협조했을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비교전 상태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살한 행위는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생명권과 적법절차 원칙,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정을 내렸다.

■ ‘거제지역 보도연맹희생사건’에 대한 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보고서 주요내용

- 1947년 8월부터 1950년 9월까지 빨치산 협력자, 국민보도연맹원, 부역혐의자, 및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119명 이상의 거제주민들이 CIC통영파견대장의 명령에 따라 거제경찰서, CIC, 해군G-2, HID소속 군인들에 의해 지심도, 가조도 앞바다 등지에서 수장되거나 집단희생 당했다.

- 서철암 등 260여명의 거제지역 보도연맹원들은 1950년 7월 15일부터 7월 24일까지 거제경찰서로 연행되었다가 일부는 석방되고 나머지는 7월 26일부터 직심도 앞바다에서 수장당했다.

- 1950년 7월~9월 국민보도연맹원 등 좌익혐의를 받던 주민들이 8월 19일부터 각 지서로 연행되었다가 거제경찰서로 이송되어 지심도 앞바다와 사등면 가조도 앞바다에서 수장 당했다.

-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119명(추정 28명 포함)이나 이는 신청사건을 중심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거제지역에서 800~900명이 희생되었다는 자료와 진술을 감안한다면 희생자는 119명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거제의 희생자들은 주로 인민군들에게 협조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은 주민들이었으며, 일부는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희생되기도 하였다.

- 진실화해위원회는 ‘전시 하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는 시기였다 하더라도 군·경찰의 지휘·명령에 의해 좌익세력에 협조할 것 또는 협조했을 것이라는 의심만으로 재판절차 없이 국민보도연맹원 등 민간인을 살해한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생명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며 불법적인 학살이다’는 조사결정을 내렸다.

2 진실실화해위원회의 권고사항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하게 행사하여야만 하고 억울하게 고통받은 유족들의 상처는 하루 빨리 치유하고 명예 회복을 위해

- 국가의 사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 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아무런 법적절차 없이 국민을 집단살해하고 그 유족들을 고통 속에 살게 한 것은 잘못이다. 국가는 희생자와 그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계기를 만들어 정중하게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 위령사업 지원
국가와 거제시는 유족들이 희생자 위령제 봉행, 위령비 건립 등 유족들이 희생자에 대한 위령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 역사기록 수정 및 등재
국가와 거제시는 ‘거제지역 민간인희생사건’의 내용을 「거제시지」등의 기록물에 추가하고 잘못 기술된 부분을 정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기록물에 이 사건의 내용을 보완․추가하여 이 사건의 진실규명 내용이 정확하게 알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희생현장 주변에 안내판 등을 설치하여 이 사건의 진실을 국민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유해 발굴 방안 지원
국가와 거제시는 유해발굴과 유해안치장소 설치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제적부, 가족관계등록부 및 공식문서 기록의 정정
국가는 유족들이 원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 등 공식기록에 대한 정정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 평화인권 교육의 강화
국가는 군, 경찰 등 공무원을 대상으로 전쟁 중 민간인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국내법과 이와 관련된 국제인도법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시인권교육을 강화와 전쟁이 수많은 민간인의 희생을 가져온다는 역사적 사실을 교육 등을 통해 널리 알림으로써 국민의 평화의식을 제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는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평화인권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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